"나는 절대 안 당해"라고 자신만만했던 나살면서 보이스피싱 뉴스를 볼 때마다 속으로 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저런 뻔한 수법에 왜 당하지? 나라면 절대 안 속는데.' 남 일이라고 생각하면 다 쉬워 보이는 법이었습니다. 그런데 2년 전 어느 목요일, 나는 그 '절대'라는 말이 얼마나 부질없는 자신감이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완전히 당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정말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온 그날의 이야기를 이제야 털어놓아 봅니다. 롯데카드 배달원의 전화, 그리고 시작된 균열그날은 평범한 목요일이었습니다.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일하는 중이었는데, 나는 일하는 중에는 전화를 잘 받지 않는 편인데 그날은 뭐에 씌었는지 전화를 받았습니다. 롯데카드를 배달하겠다는 전화였습니다. 나는 신청한 적이 없다고 했더니,..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웃고 떠들며 깔깔거리다가도 한순간에 목소리가 톤을 높아져 살얼음판이 되기도 합니다. 돌아서면 금세 후회와 미안함으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이 매번 반복되지요. 저 역시 여전히 그런 시간들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평소에는 아이들에게 그리 팍팍하게 굴지 않는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는데, 가만히 돌이켜보면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무거워지며 표정이 무섭게 굳어지곤 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야단을 치고 난 뒤에는, 이상하게도 아이보다 제 마음이 더 오래, 더 깊게 아려왔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육아를 하며 그 수많은 날들을 혼자 곱씹었던 생각들을 조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잘 나무라지 않는 엄마도, 가끔은 세게..
"에구, 덥다." 시원한 바람 밑에서도 나오는 그 말 한마디."아이고 죽겠다." 힘들 때마다 무심코 내뱉는 말입니다. 일이 많아도 하고, 몸이 조금 피곤해도 하고, 별일 아닌데도 입버릇처럼 나올 때가 있습니다.요즘은 이런 일도 있습니다. 에어컨 바람을 정통으로 맞고 앉아 있으면서도 저는 습관처럼 "에구, 덥다"라는 말을 내뱉습니다. 리모컨으로 온도를 18도까지 내려놓고,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도 입에서는 "덥다"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몸은 이미 서늘한데, 입은 여전히 한낮의 뙤약볕을 말하고 있는 셈이죠.처음엔 그냥 웃긴 습관인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 그냥 말로 끝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요. ..
산책을 3일이나 건너뛰었더니 거실이 똥과 오줌으로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습니다. 퇴근하고 문을 열자마자 냄새부터 훅 올라오는데, 순간 머리가 하얗게 아득해지더라고요. 바닥을 여기저기 치우면서도 화가 나기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훨씬 더 컸습니다.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산책을 제때 못 나갔더니, 까망이는 그걸 말 대신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까망이의 무언의 반항, 산책 3일 건너뛴 결과사실 일주일 전부터 조짐이 있긴 했습니다. 산책을 띄엄띄엄 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 까망이가 조금 달라졌거든요. 예전 같으면 목줄만 봐도 문 앞에서 팔짝팔짝 뛰던 아이가, 요즘은 목줄을 봐도 시큰둥하게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처음엔 어디 몸이 안 좋은가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건 까망이 나름대로의 무언의..
마음이야 매일같이 달려가고 싶지만, 딱 한 번 가봤습니다. 아들이 혼자 독립해서 원룸으로 나가 살기 시작한 뒤부터 제 마음은 늘 그 작은 방을 서성입니다. 밥은 제대로 챙겨 먹고 다니는지, 청소는 제대로 하고 사는지, 혹시 아픈 데는 없는지... 엄마 마음 같아서는 매일같이 문을 열고 들어가 따뜻한 밥상이라도 차려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자식 집이라고 함부로 드나들면 안 된다며 딸아이가 하도 신신당부와 타박을 하는 바람에, 그 마음을 몇 번이고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결국 제가 다녀온 딱 한 번도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라, 아들이 엄마 도움이 필요하다며 먼저 연락을 해와 겨우 따라간 길이었습니다. 성장의 그래프와 서운함의 그래프아들이 커서 분가를 하고 나니 이제는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마주 앉아 밥..
쓰레기 버리러 갈 때도 외출복 갈아입던 분이, 지금은 병원도 안 씻고 갑니다. 대문 밖에 잠깐 나갈 때조차 평상복이나 주황색 집안에서 입던 옷을 입고 나가는 법 없이, 늘 깨끗하게 다려진 외출복을 단정하게 챙겨 입고 나서는 게 그분의 오랜 습관이었습니다. 예쁘게 늙기, 수입 끊기자 달라진 얼굴예전에는 차림새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참 예민하고 단정하셨던 분인데,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치매나 특별한 질병이 생긴 것도 아닌데, 생활 방식 자체가 180도 뒤바뀐 겁니다.원래 노가다 현장에서 일을 오래 하셨던 분이라 일일 수입이 꽤 짭짤하고 좋았습니다. 본인 벌이가 쏠쏠할 때는 자부심도 상당하셨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손떨림 증상까지 나타나면서 더 이상 현장 일을 나갈 수 없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