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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웃고 떠들며 깔깔거리다가도 한순간에 목소리가 톤을 높아져 살얼음판이 되기도 합니다. 돌아서면 금세 후회와 미안함으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이 매번 반복되지요. 저 역시 여전히 그런 시간들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평소에는 아이들에게 그리 팍팍하게 굴지 않는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는데, 가만히 돌이켜보면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무거워지며 표정이 무섭게 굳어지곤 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야단을 치고 난 뒤에는, 이상하게도 아이보다 제 마음이 더 오래, 더 깊게 아려왔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육아를 하며 그 수많은 날들을 혼자 곱씹었던 생각들을 조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잘 나무라지 않는 엄마도, 가끔은 세게 화를 낼 때가 있습니다

    평소의 저는 아이들에게 웬만해서는 큰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아이들이 질질 흘리며 먹거나 작은 실수를 할 때면 "그럴 수 있지, 다음부터 조심하자" 하고 차분히 이야기하며 웃어넘기려 노력하지요. 하지만 부모로서 정말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싶은 순간들이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도로 쪽으로 갑자기 튀어나가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거나, 몇 번이고 눈을 맞추며 신신당부했던 약속을 똑같이 반복해서 어길 때면 저도 모르게 마음속 제어장치가 풀리며 매섭게 야단을 치게 됩니다.
    평소에 잘 내지 않던 호통이 터져 나오는 순간, 아이들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빛부터 달라지는 게 보입니다. 평소처럼 삐지거나 투정 섞인 표정이 아니라, 장난기가 싹 걷힌 채 굳어버린 표정이지요. '아, 엄마가 이렇게까지 나올 정도면 내가 정말 크게 잘못했구나' 하고 온몸으로 그 상공의 서늘해진 공기를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입니다.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잔소리보다, 엄마의 이 이례적인 반응 하나가 상황의 엄중함을 깨닫게 하는 가장 확실한 신호이자 잘못의 무게를 가늠하는 진짜 기준이 되어주는 셈입니다.

    야단친 엄마의 마음도, 결코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소동이 지나가고 난 뒤입니다. 야단을 맞은 아이야 당연히 서운하고 속상하겠지만, 아이를 가라앉히고 돌아서서 혼자 남겨진 제 마음은 그보다 훨씬 더 묵직하게 아파옵니다. 화를 내던 그 서슬 퍼런 순간보다, 시간이 얼마간 지나 차분해진 눈으로 그 장면을 하나하나 복기해 볼 때 마음이 비할 바 없이 무거워집니다.

    그 복기는 대개 이런 질문들로 시작됩니다. '내가 너무 심했나?', '조금만 더 부드럽게 말해줄 수는 없었을까?', '아이 마음에 흉터라도 남으면 어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물음들은, 이상하게도 하루 중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불쑥 찾아옵니다.

    이를테면 아이 방문을 살짝 열어 잠든 얼굴을 들여다볼 때가 그렇습니다. 화낼 땐 그렇게 단호했던 마음이, 새근거리는 숨소리 앞에서는 속절없이 물러집니다. '더 단단하게 가르쳐야 하는데'와 '그렇게까지 몰아세울 일이었나' 하는 두 마음이 그 작은 얼굴 위에서 번갈아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합니다.

    혹은 설거지를 하다 말고 문득 아까 그 장면이 떠올라 손을 멈추고 서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속으로 "괜찮아, 오늘 하루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음 한구석에서 "그건 그냥 네가 편해지고 싶어서 하는 말이잖아" 하는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듭니다. 결국 다독임과 자책 사이 그 어디쯤에서,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혼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곤 합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들조차 결국 온전히 내 입장에서만 하는 이기적인 고민일지도 모른다는 자각이 듭니다. 아이가 느꼈을 상처를 깊이 헤아리기보다는, 단지 내 마음 편하자고 미안함과 후회라는 감정에 스스로 파묻혀 있는 건 아닌지—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지요.

    아이를 야단친 뒤 미안한 마음으로 다가가 다독이는 엄마와 딸의 따뜻한 순간.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집 안에서 화보다 사랑이 오래 남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이미지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화가 나도 속으로 혼자만의 전쟁을 합니다

    이런 무거운 앙금들이 가슴 밑바닥에 자꾸만 쌓이다 보니, 요즘은 화를 낼 만한 상황이 생겨도 밖으로 터뜨리기보다는 억지로 안으로 삭이는 편을 택하게 됩니다. 아이와 직접 맞부딪쳐 서로 상처를 주고받느니, 차라리 제 속에서 혼자 감정을 삭이며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는 것이죠. 참고 무조건 눌러 담는 게 결코 건강한 방법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야단치고 난 뒤 찾아오는 그 특유의 짓눌리는 듯한 마음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조바심이 앞서는 까닭입니다.

    얼마 전부턴 언니와 조카를 만났을 때 "오늘도 딸내미랑 속으로 한 판 했어" 하고 털어놓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곤 합니다. 이젠 다들 익숙하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겨줍니다. 이제는 조카 녀석이 먼저 "이모, 오늘 또 속으로 혼자 싸우고 왔어?" 하고 능글맞게 물어볼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말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화를 소화하는 대신 안으로 꾹꾹 삼켜버리는 습관이 어느새 제 안에 깊게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깨달아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무작정 참아내기만 하는 忍자 쓰기는 이제 그만두고, 제 진짜 감정을 아이에게 솔직하게, 그러나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가 나지 않는 다정한 방식으로 건네는 연습을 차근차근해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