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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야 매일같이 달려가고 싶지만, 딱 한 번 가봤습니다. 아들이 혼자 독립해서 원룸으로 나가 살기 시작한 뒤부터 제 마음은 늘 그 작은 방을 서성입니다. 밥은 제대로 챙겨 먹고 다니는지, 청소는 제대로 하고 사는지, 혹시 아픈 데는 없는지... 엄마 마음 같아서는 매일같이 문을 열고 들어가 따뜻한 밥상이라도 차려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자식 집이라고 함부로 드나들면 안 된다며 딸아이가 하도 신신당부와 타박을 하는 바람에, 그 마음을 몇 번이고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결국 제가 다녀온 딱 한 번도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라, 아들이 엄마 도움이 필요하다며 먼저 연락을 해와 겨우 따라간 길이었습니다.
성장의 그래프와 서운함의 그래프
아들이 커서 분가를 하고 나니 이제는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마주 앉아 밥 한 끼 먹는 일조차 사전 약속이 필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얼굴 한번 보려면 철저하게 아들의 스케줄과 눈치를 맞춰야만 겨우 기회가 생깁니다. 막상 서운한 마음에 전화 한 통 걸어봐도, 예전처럼 나눌 대화가 선뜻 떠오르지 않고 짧은 안부 끝에 정적이 흐르곤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가슴 한구석에 휑한 바람이 불며 참 많이 서운해지더군요. 아이들이 자라는 성장의 그래프와 엄마가 느끼는 서운함의 그래프는 어쩌면 이렇게 정확하게 비례해서 올라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내 품 안에 끼고 살며 온 세상의 전부였던 자식이었는데, 다 자라고 나니 '품 안의 자식'이라는 옛말이 가슴을 아리게 때립니다. 덩그러니 남겨진 집에서 자식 해바라기만 하고 있는 제 모습에 문득 왈칵 눈물이 차오르기도 합니다. 독립시킨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이 떠난 빈자리를 바라보며 비슷한 쓸쓸함과 서운함을 겪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식이 당당하게 성장해 제 인생을 찾아가는 것은 더없이 대견하고 감사한 일임에도, 문득문득 찾아오는 헛헛함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조심스러워지는 발걸음과 딸아이의 철저한 잔소리
원룸 문을 열고 들어가 갓 지은 밥에 따뜻한 국이라도 끓여주도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은 발길을 돌리며 스스로를 다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아들에게 어여쁜 여자친구까지 생겼으니, 엄마에게 할애해 주는 시간과 마음은 훨씬 더 줄어들었습니다. 연애를 시작하면 자연스레 우선순위가 바뀐다는 걸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이해하면서도, 서운함이 섭섭함으로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엄마 마음인가 봅니다.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세상이 참 달라졌음을 실감합니다. 분가한 아들이 걱정되어 아빠가 매일같이 찾아갔더니 나중에 아들이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고 알려주지 않았다거나, 결혼한 딸 집에 시도 때도 없이 비번을 누르고 들어갔다가 딸과 크게 싸워 관계가 멀어졌다는 씁쓸한 이야기도 듣습니다. 이런 일들을 접하고, 또 여친까지 생긴 아들을 보다 보니 이제는 마음이 간절해도 아들 집에 찾아가는 것이 몇 배는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요즘 저는 딸아이에게 본의 아니게 철저한 '시월드 예방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아들 원룸에 한번 가볼까 말만 꺼내도, 미리 약속도 안 잡고 찾아가면 절대 안 된다며 딸아이가 얼마나 야무 지게 뭐라 하는지 모릅니다. "엄마, 나중에 아들이든 딸이든 결혼하면 절대로 그냥 가면 안 돼! 무조건 사전에 연락하고 허락받고 가야 해"라며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대하듯 다그치더군요.
딸아이가 그렇게 똑 부러지게 잔소리를 할 때 제 얼굴에 떠오르는 건 웃음도 아니고 눈물도 아닌, 그야말로 웃픈 웃음이었습니다.
딸아이 말이 토 하나 달 수 없이 다 맞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슴 한쪽에서는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왔습니다.
요즘 뉴스나 방송을 보면 시어머니가 비밀번호를 알아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다가 고부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자주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 걸 보면 딸아이의 잔소리가 백번 옳으니, 나도 절대로 눈치 없는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하게 됩니다.
전화 한 통에 눈 녹듯 사라지는 마음
그렇게 혼자 서운한 마음을 누르고 쓸쓸해하고 있던 차에, 휴대폰 진동이 울리며 아들에게서 문자가 한 통 날아왔습니다. 친구들과 낚시를 갔는데 고기를 좀 잡았다며 엄마 가져다주겠다고 하더군요. 그 짧은 문자 한 통에, 그동안 마음속에 켜켜이 쌓였던 섭섭함과 서운함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지고 맙니다.
자식이 먼저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나 작은 연락에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면, 엄마의 사랑이란 참으로 대책 없고 일방적인 것 같습니다. 서운했다가도 금세 마음이 풀려버리는 제 모습을 보며 헛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들이 도착하기 전, 마음이 또 혼자 바빠집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생선 요리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 두고 따뜻한 밥을 안치기 위해 쌀을 씻습니다.
자식이 자신의 삶을 멋지게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봐 주고, 먼저 찾아와 줄 때 반갑게 맞아줄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지혜로운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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