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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버리러 갈 때도 외출복 갈아입던 분이, 지금은 병원도 안 씻고 갑니다. 대문 밖에 잠깐 나갈 때조차 평상복이나 주황색 집안에서 입던 옷을 입고 나가는 법 없이, 늘 깨끗하게 다려진 외출복을 단정하게 챙겨 입고 나서는 게 그분의 오랜 습관이었습니다.
예쁘게 늙기, 수입 끊기자 달라진 얼굴
예전에는 차림새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참 예민하고 단정하셨던 분인데,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치매나 특별한 질병이 생긴 것도 아닌데, 생활 방식 자체가 180도 뒤바뀐 겁니다.
원래 노가다 현장에서 일을 오래 하셨던 분이라 일일 수입이 꽤 짭짤하고 좋았습니다. 본인 벌이가 쏠쏠할 때는 자부심도 상당하셨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손떨림 증상까지 나타나면서 더 이상 현장 일을 나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수입이 뚝 끊기고 나자, 거짓말처럼 그때부터 아예 몸을 씻는 것 자체를 내려놓기 시작하셨습니다. 주변에서 하도 답답해 씻으라고 권해도 물만 손에 대충 묻히는 흉내만 낼뿐, 심지어 정기적으로 다니는 병원에 치료받으러 갈 때조차 안 씻고 그냥 나섭니다.
사실 젊어서는 집안 식구들 챙기는 건 뒷전이고 본인 형제들한테만 한없이 퍼주며 정작 처자식에게는 참 소홀하셨던 분입니다.
그래놓고 이제 나이 들어 벌이가 사라지니 자식들에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내 노후를 책임져라" 하는 식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엄마가 그 오랜 세월 동안 옆에서 얼마나 마음고생하고 눈물 흘렸는지 다 보고 자란 자식들 입장에서 그 요구가 용납될 리 만무합니다.
실제로 엄마가 어디 아프다고 하면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도 연차, 월차까지 써가며 달려와 병원에 모시고 가는데, 아빠가 아프다고 할 때는 그렇게까지 발 벗고 나서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부인에게 "자식들 다 지 편 만들어 놨다"면서 괜한 화풀이를 하고 막 대합니다. 정작 본인 편은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과 서운함이 극에 달해, 그 원망을 애꿎은 아내에게 쏟아붓고 있는 것입니다.
욕심 사납게 살면 얼굴이 무서워짐
사람들을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나이가 들수록 유독 욕심 사납고 이기적으로 살았던 이들은 얼굴 인상부터 무섭고 날카롭게 변해가는 걸 느끼게 됩니다. 젊을 때야 생김새나 화장으로 어느 정도 가려진다지만, 세월이 켜켜이 쌓인 70대 이후부터는 마음속에 품고 산 독기와 원망이 안색과 눈빛에 숨김없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편안하고 유한 기운은 다 사라지고, 늘 무언가 불만에 차 있거나 억새 보이는 인상만 남아 주변 사람까지 마음을 무겁고 씁쓸하게 만듭니다.
70대 중반인 그 지인분만 봐도 그렇습니다. 몸에서 냄새가 나고 지저분해 보여 주변에서 "좀 씻고 다니시라"고 좋게 말하면, "이러다 죽겠지 뭐" 하면서 고집스럽게 방바닥에 그냥 누워버리십니다. 완전 상노인의 모습으로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벽을 치시는데, 편안하지 못한 얼굴 표정과 굳어버린 안색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움보다 무서운 감정이 먼저 듭니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수입이 끊기고 자존심이 무너질 때, 그리고 마음을 곱게 쓰지 못했을 때 얼마나 순식간에 초라해지고 인상이 험악해지는지 그분을 보며 뼈저리게 느낍니다. 남들에게 더럽고 추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마음부터 잘 다스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속으로 더 센 말 찾던 날, 나 자신이 무서웠다
그 지인분의 변해버린 무서운 표정을 보면서, 문득 내 모습은 과연 어떨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 역시 화가 나거나 억울한 일이 생길 때 거친 말을 써가며 마구 내뱉으려 했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번 억센 말을 내뱉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점점 더 센 말을 찾고 있고, 상대에게 더 악하게 말하려고 머리를 굴리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는 엄청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비록 그 말들을 입 밖으로 직접 털어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더 잔인하고 독한 표현을 조합하고 있던 나를 떠올리면 '내가 변태인가, 아니면 속이 악으로 가득 찬 악덩어린가' 싶어 내 자신이 덜컥 무서워졌습니다. 인간의 본성이라기엔 너무나 서늘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그때의 무서웠던 기억을 되살리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자중시키고 있습니다. 마음을 곱게 써야 얼굴 안색도 편안해진다는 걸 알기에,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속에서 맴도는 독기를 누르고 도를 닦듯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얼마 전 주변 사람들로부터 "요즘 인상이 많이 젊어졌다", "얼굴이 한결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속으로 기분이 참 좋았고,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려고 애쓴 노력들이 얼굴로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남들에게 억세고 무서운 얼굴로 기억되지 않도록, 내 마음과 언행을 온화하게 가다듬으며 예쁘게 늙어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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