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3일이나 건너뛰었더니 거실이 똥과 오줌으로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습니다. 퇴근하고 문을 열자마자 냄새부터 훅 올라오는데, 순간 머리가 하얗게 아득해지더라고요. 바닥을 여기저기 치우면서도 화가 나기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훨씬 더 컸습니다.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산책을 제때 못 나갔더니, 까망이는 그걸 말 대신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까망이의 무언의 반항, 산책 3일 건너뛴 결과사실 일주일 전부터 조짐이 있긴 했습니다. 산책을 띄엄띄엄 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 까망이가 조금 달라졌거든요. 예전 같으면 목줄만 봐도 문 앞에서 팔짝팔짝 뛰던 아이가, 요즘은 목줄을 봐도 시큰둥하게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처음엔 어디 몸이 안 좋은가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건 까망이 나름대로의 무언의..
마음이야 매일같이 달려가고 싶지만, 딱 한 번 가봤습니다. 아들이 혼자 독립해서 원룸으로 나가 살기 시작한 뒤부터 제 마음은 늘 그 작은 방을 서성입니다. 밥은 제대로 챙겨 먹고 다니는지, 청소는 제대로 하고 사는지, 혹시 아픈 데는 없는지... 엄마 마음 같아서는 매일같이 문을 열고 들어가 따뜻한 밥상이라도 차려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자식 집이라고 함부로 드나들면 안 된다며 딸아이가 하도 신신당부와 타박을 하는 바람에, 그 마음을 몇 번이고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결국 제가 다녀온 딱 한 번도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라, 아들이 엄마 도움이 필요하다며 먼저 연락을 해와 겨우 따라간 길이었습니다. 성장의 그래프와 서운함의 그래프아들이 커서 분가를 하고 나니 이제는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마주 앉아 밥..
쓰레기 버리러 갈 때도 외출복 갈아입던 분이, 지금은 병원도 안 씻고 갑니다. 대문 밖에 잠깐 나갈 때조차 평상복이나 주황색 집안에서 입던 옷을 입고 나가는 법 없이, 늘 깨끗하게 다려진 외출복을 단정하게 챙겨 입고 나서는 게 그분의 오랜 습관이었습니다. 예쁘게 늙기, 수입 끊기자 달라진 얼굴예전에는 차림새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참 예민하고 단정하셨던 분인데,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치매나 특별한 질병이 생긴 것도 아닌데, 생활 방식 자체가 180도 뒤바뀐 겁니다.원래 노가다 현장에서 일을 오래 하셨던 분이라 일일 수입이 꽤 짭짤하고 좋았습니다. 본인 벌이가 쏠쏠할 때는 자부심도 상당하셨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손떨림 증상까지 나타나면서 더 이상 현장 일을 나갈 수 없게 되..
화나면 쌀 한 가마니 마당에 뿌리고, 엄마는 울면서 쓸어 담고.우리 아버지 이야기입니다. 92세로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70년 넘게 한결같이 고집스럽고 가부장적이셨던 친정아버지. 나이가 들면 철이 든다는 말, 적어도 우리 아버지 앞에서는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친정아버지 92세, 죽어도 안 변한 것어릴 적 기억을 아무리 되짚어봐도 아버지는 늘 집안의 절대 권력이자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당신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지 않거나 성이 나는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집안은 정적이 흘렀습니다. 누구 하나 소리도 못 내고 숨죽여 아버지 눈치 보기 바빴습니다. 어느 날 무슨 일로 그리 화가 나셨는지, 마당 한가운데에 멀쩡한 쌀 한 가마니를 통째로 냅다 던져 뿌려버리시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하얗게 흩뿌려진 쌀알..
뒷담화는 도파민 터지는 짓인데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한동안 신나서 눈앞에 없는 사람을 밤 깎듯이 돌려까고 흉을 보곤 했습니다. 정말 열과 성의를 다해서 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을 까내리고 흉보는 순간에는 잠깐 재미있을지 몰라도, 결국 그 모든 나쁜 말들을 제일 가까이에서 계속 듣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남을 깎아내려 봤자 내 삶에 아무런 발전도 없고, 일도 생산적이지 않은 바보 같은 짓을 왜 지금까지 해왔을까 하는 회의감이 크게 몰려왔습니다. 참말로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고 있었든 겁니다.뒷담화, 도파민 터지는데 생산적이지 않다뒷담화는 도파민 터지는 짓인데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본인 없는 데서 그 사람에 대해 흉보고 까는 행동은 ..
지는 지팔 흔들고 난 내 팔 흔들고. 30년 넘는 제 결혼 생활이 딱 이랬습니다.부부 대화, 신혼 초기부터 우리 둘 이야기만 쏙 빠져 있었다돌아보면 저희는 신혼 초부터 '우리 둘'의 깊은 속마음을 주제로 이야기해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우리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서로 어떤 점이 힘들고 고마운지" 같은 따뜻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습니다.식탁에 앉아 나누는 말이라고는 늘 시댁이나 친정 이야기, 혹은 건너 건너 들은 남의 집 소식 같은 제삼자의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정작 서로의 마음을 보살펴야 할 '우리 둘만의 이야기'는 쏙 빠져 있었지요. 세월이 흐를수록 그나마 나누던 말조차 "밥 먹었어?", "응", "오늘 늦어?", "어" 같은 단답형으로 줄어들었습니다.공통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