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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성격이 급하다'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빨리빨리 문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는 무엇이든 서둘러 처리하는 데 익숙한 편이지요. 식당에서 음식이 조금만 늦게 나와도 조바심을 내고, 인터넷이 몇 초만 느려도 답답해하는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봅니다. 저는 그동안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를 꽤 느긋하고 여유로운 사람이라고 믿어왔거든요. 급하게 서두르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왜 저렇게까지 조급해할까' 하고 남 일처럼 여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 일상의 사소한 행동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니, 저 역시 그 '빨리빨리' 문화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런 저의 모습을 발견했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반 먼저 집을 나서는 저를 발견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느긋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성격 급한 한국인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저 정도는 아니지'라며 남 일처럼 여기곤 했지요. 급하게 서두르는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뭘 저렇게까지 조급해할까' 싶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니, 저 역시 어쩔 수 없는 '빨리빨리 DNA'를 가진 사람이더군요.
약속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두세 시간 전부터 저도 모르게 준비를 시작합니다. 가는 데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나 일찍 현관문을 나서고 있는 저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우연이겠거니 했는데, 곰곰이 돌이켜보니 거의 매번 반복되는 패턴이었습니다. 어쩌다 한두 번이 아니라 거의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기다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이상하게도 집에서 그 시간을 보내는 걸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마치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 자체가 손해라도 되는 것처럼, 몸이 먼저 반응해서 저를 밖으로 떠미는 느낌이랄까요. 준비를 다 마치고도 딱히 할 일이 없어 괜히 시계만 들여다보다가, 결국 예정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고야 마는 것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고, 횡단보도 앞에서도 조급해지는 저를 봅니다
더 웃긴 건 집을 나선 이후의 행동입니다. 시간은 이미 넉넉한데도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면 저도 모르게 뛰어갑니다. 느긋하게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는데 말이지요. 몇 초 차이도 아깝다는 듯 서두르는 제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소리만 들려도 반사적으로 발걸음이 빨라지는 걸 보면, 이건 생각보다 훨씬 뿌리 깊은 습관인 것 같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30미터쯤 앞에서 신호가 바뀌는 게 보이면, 다음 신호를 기다려도 전혀 상관없는 상황임에도 어느새 저는 뛰고 있습니다. 신호가 몇 초 뒤에 다시 바뀔 걸 알면서도, 몸이 먼저 반응해 버리는 겁니다. 뛰어봤자 고작 몇십 초를 아끼는 건데, 그 몇십 초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서두르나 싶어 스스로도 어이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결코 느긋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리고 이렇게 서둘러 도착해 봤자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차피 약속 장소에서 뱅뱅 돌면서 상대방이 언제 오는지, 어디쯤 왔는지를 확인하며 기다리게 될 테니까요. 카페에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아서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문 쪽을 몇 번이고 쳐다보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걸리는 시간은 결국 똑같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서두를 이유가 있었을까 생각하면 스스로도 헛웃음이 납니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순서대로 음식이 나오는 게 당연한데, 기다리는 동안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괜히 옆 테이블 세팅하는 걸 자꾸 기웃거리게 됩니다. '우리 건 언제 나오나, 빨리 좀 나오지' 하면서 속으로 조바심을 내는 겁니다. 사실 몇 분 차이일 뿐인데, 그 몇 분을 못 견디고 자꾸 주방 쪽을 흘끔거리는 저를 보면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는 본능인가 싶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조급함, 그래도 나는 한국인이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한 공간에 오래 머무는 것 자체가 싫어서인지, 아니면 상대방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스스로도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뭔가를 기다리는 그 애매한 시간 자체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성격 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확실한 건, 머리로는 '느긋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이미 서두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성과 습관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아무리 스스로에게 '천천히 가도 돼'라고 되뇌어도, 정작 발걸음은 이미 빨라져 있는 저를 보면 이건 노력으로 쉽게 고쳐지는 문제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성격이 어디서 왔는지 짐작 가는 데가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워낙 성격이 급하신 분이셨습니다. 심부름을 시켰는데 조금이라도 늦게 움직이면 바로 불호령이 떨어졌지요. 엄청 어렸을 때는 그게 무서워서 늘 쫄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 말씀 자체가 곧 법이었으니까요. "괭이 가지고 와라" 하시면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뛰어야 했고, 짧은 다리로 나름의 순발력을 발휘해 가며 최대한 빨리 움직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몸에 밴 습관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은근히 남아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가 재촉하지 않아도 스스로 서두르게 되는 이 습관은,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익힌 조건반사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저를 보며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빨리빨리'는 특정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어느 정도 몸에 배어 있는 문화적 습성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환경, 빠른 것이 곧 효율적이고 좋은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저도 모르게 이런 태도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스스로 느긋하다고 믿으며 살아왔지만, 정작 무의식 중에 드러나는 행동을 보면 저 역시 이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었던 셈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저처럼 스스로는 느긋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문득 돌아보면 성급하게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으신가요?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몸속에는 조금씩 '빨리빨리 DNA'가 흐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걸 굳이 고쳐야 할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끔은 이런 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나면서, 나도 참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구나 싶어 묘한 애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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