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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더 지친 걸까요

write64521 2026. 8. 17. 20:17

"거창하게 안식년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단 일주일이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안식주'나 '안식월'이라도 가져봤으면 좋겠다."

출근길마다 입에 달고 살던 그 소원을 이번 사흘 연휴 동안 미니 버전으로나마 제대로 이뤄봤습니다.

알람도 끄고, 눈 떠지면 누워 있다가 배고프면 대충 주워 먹고, 또 자고... 첫날이랑 둘째 날은 진짜 세상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몸에 축적된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셋째 날 저녁이었습니다. 창밖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텅 비면서 알 수 없는 허탈함이 밀려오는 겁니다.

'아니, 내 몸이 그토록 원해서 간신히 얻은 안식이었는데, 왜 상쾌하긴커녕 짜증이 나지...?'

원 없이 푹 쉬어놓고도 왠지 모르게 억울하고 찜찜한 이 기분, 저만 느껴본 거 아니죠?

 

 

눈에 보이는 게 없으면 쉰 게 아니라고 느껴질 때

 

돌아보면 진짜 한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밀린 청소를 한 것도 아니고, 맛있는 걸 요리해 먹은 것도 아니고, 넷플릭스 드라마 하나 끝까지 본 것도 아닙니다. 밥이라고 해봐야 냉장고에서 반찬 몇 개 꺼내 대충 쑤셔 넣거나 배달 음식 시켜 먹은 게 전부였죠. 설거지도, 방 정리도 다 내팽개치고 오직 '숨 쉬기 운동'만 했습니다.

게다가 이상하게 저는 집에만 누워 있으면 몸이 더 망가집니다. 자다 일어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찌릿찌릿 아프고, 속은 얹힌 것처럼 더부룩하니 체하기 일쑤거든요. 몸을 개운하게 만들려고 누웠는데, 오히려 두통약이랑 소화제를 찾고 있으니 참 헛웃음이 납니다.

그렇게 몸은 몸대로 찌푸둥한데, 슬그머니 인스타그램을 켜보면 다들 연휴라고 어디 핫플을 다녀오거나 알차게 보낸 사진들을 올려뒀더군요.

'남들은 저렇게 부지런히 사는데, 나만 이불속에서 뒹굴며 사흘을 헛되이 똥으로 날려버렸나...'

남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니 마음이 순식간에 조급해졌습니다. 이건 단순히 제가 게을러서라기보다, 쉬는 시간조차 무언가를 해내고 증명해야 한다는 이상한 압박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쉬어주면 좋아할 줄 알았던 몸도 머리 아프다며 투정을 부리고, 마음은 쉼을 쉼으로 인정하지 못하니... 참 잘 쉬기도 어려운 세상입니다.

 

이게 정신병인가 싶은 마음이 들 때

 

이렇게 푹 쉬고 난 뒤마다 헛헛함이 밀려오면, 문득 섬뜩한 생각이 듭니다. '아니... 나 진짜 정신적으로 어디 문제 있는 거 아니가?'

딱히 우울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슨 큰 사고가 터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원 없이 잘 쉬어놓고 찾아오는 이 허무함은 혼자서 설명도 안 되고 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범인은 딴 데 있었습니다. 평소에 하도 겁나 바쁘게 빡세게 달리다 보니까, 내 몸이랑 마음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상태'를 적응을 못 하는 겁니다. 일종의 '휴식 렉'이 걸린 거지요.

몸은 이불속에 멍하니 누워 있는데, 머릿속 엔진은 '지금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면서 혼자 팽팽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쉼이 쉼이 아니고 또 다른 스트레스가 돼버리는 거지요.

그러니까 푹 쉬고 나서 무기력하다고 "내 진짜 와 이리 게으르고 이상할꼬" 하면서 스스로한테 병명 붙이고 자책할 필요 전혀 없습니다.

그저 그동안 쉬는 법도 잊어버릴 만큼 바쁘게 사느라, 고장 난 마음이 보낸 자그마한 투정일 뿐이니까요.

 

내일 출근이 두려운 게 아니라, 이 리듬이 낯선 것

 

"아이고... 내일 또 출근해야 하나, 진짜 가기 싫다!" 이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오는 건 너무 당연한 겁니다.

사실 우리는 출근하는 문을 열면서부터 이미 '퇴근하고 싶다'고 속으로 부르짖는 사람들 아닙니까!

사흘 동안 알람도 없이 누워서 세상 느긋하게 살다가, 갑자기 내일부터 다시 톱니바퀴처럼 팍팍하게 돌아가야 한다 생각하니 몸이 먼저 거부를 하는 거죠.

일 자체가 때려죽여도 싫다기보다는, 그 흐름을 다시 바꾸는 게 유독 억울하고 버거워서 그렇습니다. 씻고, 옷 챙겨 입고, 사람들 마주하고...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피곤이 덜컥 밀려옵니다.

그러니 오늘 밤만큼은 "연휴 알차게 못 보냈다" 하고 스스로를 볶아대지 맙시다. 뭐 어쩌겠습니까! 내 몸이 진짜 원해서 원 없이 쉬어줬으면 그걸로 충분한 겁니다. 알차지 않았어도 나름대로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던 거죠.

쉬면서도 '뭐라도 해야 하는데' 하고 불안해했던 마음이 있다면, 다음 연휴에는 그 마음까지 싹 다 이불속에 묻어두고 같이 쉬어보는 건 어떨까요?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푹 쉬었으니 그걸로 됐다!" 하고 툭툭 털어버립시다. 내일 출근하자마자 속으로 "퇴근하고 싶다!"를 백 번 외치더라도, 오늘 밤만큼은 마음 편하게 숙면하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다룬 글입니다. 만약 이런 무기력함이나 허무함이 오래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가까운 사람이나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