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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독립 후기, 일방적 사랑을 하고 있는 엄마의 솔직한 이야기

write64521 2026. 8. 9. 06:00

마음이야 매일같이 달려가고 싶지만, 딱 한 번 가봤습니다. 아들이 혼자 독립해서 원룸으로 나가 살기 시작한 뒤부터 제 마음은 늘 그 작은 방을 서성입니다. 밥은 제대로 챙겨 먹고 다니는지, 청소는 제대로 하고 사는지, 혹시 아픈 데는 없는지... 엄마 마음 같아서는 매일같이 문을 열고 들어가 따뜻한 밥상이라도 차려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자식 집이라고 함부로 드나들면 안 된다며 딸아이가 하도 신신당부와 타박을 하는 바람에, 그 마음을 몇 번이고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결국 제가 다녀온 딱 한 번도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라, 아들이 엄마 도움이 필요하다며 먼저 연락을 해와 겨우 따라간 길이었습니다.

 

성장의 그래프와 서운함의 그래프

아들이 커서 분가를 하고 나니 이제는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마주 앉아 밥 한 끼 먹는 일조차 사전 약속이 필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얼굴 한번 보려면 철저하게 아들의 스케줄과 눈치를 맞춰야만 겨우 기회가 생깁니다. 막상 서운한 마음에 전화 한 통 걸어봐도, 예전처럼 나눌 대화가 선뜻 떠오르지 않고 짧은 안부 끝에 정적이 흐르곤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가슴 한구석에 휑한 바람이 불며 참 많이 서운해지더군요. 아이들이 자라는 성장의 그래프와 엄마가 느끼는 서운함의 그래프는 어쩌면 이렇게 정확하게 비례해서 올라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내 품 안에 끼고 살며 온 세상의 전부였던 자식이었는데, 다 자라고 나니 '품 안의 자식'이라는 옛말이 가슴을 아리게 때립니다. 덩그러니 남겨진 집에서 자식 해바라기만 하고 있는 제 모습에 문득 왈칵 눈물이 차오르기도 합니다. 독립시킨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이 떠난 빈자리를 바라보며 비슷한 쓸쓸함과 서운함을 겪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식이 당당하게 성장해 제 인생을 찾아가는 것은 더없이 대견하고 감사한 일임에도, 문득문득 찾아오는 헛헛함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독립한 아들을 바라보며 따뜻한 밥상을 준비하는 엄마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장면.

조심스러워지는 발걸음과 딸아이의 철저한 잔소리

 

원룸 문을 열고 들어가 갓 지은 밥에 따뜻한 국이라도 끓여주도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은 발길을 돌리며 스스로를 다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아들에게 어여쁜 여자친구까지 생겼으니, 엄마에게 할애해 주는 시간과 마음은 훨씬 더 줄어들었습니다. 연애를 시작하면 자연스레 우선순위가 바뀐다는 걸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이해하면서도, 서운함이 섭섭함으로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엄마 마음인가 봅니다.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세상이 참 달라졌음을 실감합니다. 분가한 아들이 걱정되어 아빠가 매일같이 찾아갔더니 나중에 아들이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고 알려주지 않았다거나, 결혼한 딸 집에 시도 때도 없이 비번을 누르고 들어갔다가 딸과 크게 싸워 관계가 멀어졌다는 씁쓸한 이야기도 듣습니다. 이런 일들을 접하고, 또 여친까지 생긴 아들을 보다 보니 이제는 마음이 간절해도 아들 집에 찾아가는 것이 몇 배는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요즘 저는 딸아이에게 본의 아니게 철저한 '시월드 예방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아들 원룸에 한번 가볼까 말만 꺼내도, 미리 약속도 안 잡고 찾아가면 절대 안 된다며 딸아이가 얼마나 야무 지게 뭐라 하는지 모릅니다. "엄마, 나중에 아들이든 딸이든 결혼하면 절대로 그냥 가면 안 돼! 무조건 사전에 연락하고 허락받고 가야 해"라며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대하듯 다그치더군요.

딸아이가 그렇게 똑 부러지게 잔소리를 할 때 제 얼굴에 떠오르는 건 웃음도 아니고 눈물도 아닌, 그야말로 웃픈 웃음이었습니다.

딸아이 말이 토 하나 달 수 없이 다 맞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슴 한쪽에서는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왔습니다.

요즘 뉴스나 방송을 보면 시어머니가 비밀번호를 알아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다가 고부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자주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 걸 보면 딸아이의 잔소리가 백번 옳으니, 나도 절대로 눈치 없는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하게 됩니다.

 

전화 한 통에 눈 녹듯 사라지는 마음

그렇게 혼자 서운한 마음을 누르고 쓸쓸해하고 있던 차에, 휴대폰 진동이 울리며 아들에게서 문자가 한 통 날아왔습니다. 친구들과 낚시를 갔는데 고기를 좀 잡았다며 엄마 가져다주겠다고 하더군요. 그 짧은 문자 한 통에, 그동안 마음속에 켜켜이 쌓였던 섭섭함과 서운함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지고 맙니다.

자식이 먼저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나 작은 연락에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면, 엄마의 사랑이란 참으로 대책 없고 일방적인 것 같습니다. 서운했다가도 금세 마음이 풀려버리는 제 모습을 보며 헛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들이 도착하기 전, 마음이 또 혼자 바빠집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생선 요리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 두고 따뜻한 밥을 안치기 위해 쌀을 씻습니다.

자식이 자신의 삶을 멋지게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봐 주고, 먼저 찾아와 줄 때 반갑게 맞아줄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지혜로운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