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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아서 심부름했을 뿐인데 실형이라니 -보이스피싱 전달책이 된 그의 재판 이야기 (2편)

write64521 2026. 8. 12. 18:52

지난 편에서는 대출을 알아보던 지인이 어떻게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전달책'으로 이용됐는지를 다뤘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신도 속은 피해자라고 믿었던 그는, 오히려 형사 재판의 피고인석에 서게 됐고 결국 실형에 준하는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가 겪은 재판 과정을 정리해 봅니다.

 

고소당한 피해자, 피고인석에 서다

그에게 돈을 보냈던 두 사람은 사실 다른 보이스피싱 사건의 피해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돈이 낯선 사람 명의의 계좌를 거쳐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 계좌 명의자였던 지인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습니다. 결국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정식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자신 역시 대출을 미끼로 속은 피해자이며, 사기 조직의 실체를 전혀 몰랐다고 항변했습니다. 실제로 그에게는 나름의 근거도 있었습니다. 대출 상담을 받던 당시 상대방과 나눈 통화 내용을 녹음해 둔 파일이었습니다. 대출 조건과 절차를 설명하는 상대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긴, 자신이 속아 넘어갔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유력한 자료였습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담당 경찰관도 이 정황을 보고 이 정도면 벌금형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소명자료가 있었는데도 뒤집힌 결과

그런데 정작 재판에서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법원은 통화 녹음 파일을 무죄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통화 내용 자체가 그가 상대방의 지시를 따랐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 그 지시를 의심 없이 이행한 행위 자체의 책임을 덜어주지는 못한다고 본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송금이라는 흔치 않은 절차를 밟으면서도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지시받은 대로 순순히 응했다는 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의 지시에 따라 타인 명의의 거액을 곧바로 해외로 넘겼다는 점 등이 오히려 더 무겁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인 측 이야기로는, 최근까지만 해도 이런 유형의 사건은 소명자료가 명확하면 무죄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재판부가 통화 녹음 같은 소명자료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변호인 쪽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확인되지 않은 전언일 뿐 공식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아닙니다. 결국 그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예상 밖 실형, 그리고 항소

이와 별개로, 법조계 주변에서는 근래 보이스피싱 관련 판결이 유독 엄격해졌다는 이야기도 떠돕니다. 담당 재판부가 개인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크게 입은 뒤로 이런 유형의 사건을 더욱 엄격하게 보고 형량도 세게 선고한다는 소문인데, 이 역시 사실 여부가 확인된 내용은 아니고 그저 관계자들 사이에서 도는 이야기 수준입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비슷한 사안임에도 판결의 편차가 크게 느껴진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현재 그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이며, 항소심에서는 통화 녹음 파일을 비롯한 증거 관계를 다시 다툴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자기도 모르게 가해자로 둔갑했을 때 그 억울함을 법정에서 소명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소명자료를 준비해 뒀다고 해서 반드시 그 억울함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며, 결국 재판부의 판단과 사건마다의 구체적인 정황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례는 보여줍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였던 사람이 오히려 피고인석에 서게 된 상황” 을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혹시 비슷한 상황이라면, 이렇게 대응하세요

이미 낯선 사람 명의의 돈을 대신 송금해 준 상황이거나, 대출 상담 중 의심스러운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면 아래 사항들을 꼭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 모든 통화와 메시지를 즉시 증거로 보전하세요. 통화 녹음, 문자, 카카오톡 대화, 입금 내역, 상대방이 보내온 서류 등은 하나도 빠짐없이 캡처하거나 별도로 저장해두어야 합니다. 이 사례처럼 증거가 있어도 법원이 그 무게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자료는 많을수록, 그리고 시간 순서가 명확할수록 유리합니다.
  • 이상함을 느낀 즉시 경찰(112)과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하세요. 송금 직후라면 지급정지 요청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신고 시점이 빠를수록 대응 폭이 넓어집니다.
  • 경찰 조사 단계부터 변호인을 선임해 함께 대응하세요. 경찰 단계의 구두 언급(예: "벌금형 수준일 것 같다")은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실제 처벌 수위는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으므로, 초기부터 형사 절차에 밝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진술은 신중하게, 그러나 숨기지 말고 사실대로 하세요. "몰랐다"는 주장만 반복하기보다, 당시 상황을 시간순으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신빙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송금 전 '비정상적인 요청'인지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대출 실행을 이유로 타인 명의의 돈을 대신 받아 제3자, 특히 해외로 송금해 달라는 요청은 정상적인 금융기관에서는 하지 않는 절차입니다. 이런 요청을 받는 순간이 바로 멈추고 확인해야 할 신호입니다.
  • 이미 기소됐다면 항소·상고 등 불복 절차의 기한을 놓치지 마세요. 판결에 이의가 있다면 정해진 기간 안에 항소해야 하며, 이 기간을 넘기면 다툴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이라면, 초기 경찰 조사 단계부터 변호인과 함께 증거를 최대한 꼼꼼히 정리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이 글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으며, 개인 식별이 어렵도록 일부 내용을 각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