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결혼 준비하며 깨달은 것, 식당 리필도 눈치 보고 있었다

“딸이 30대 중반, 비혼주의 외치다 갑자기 시집가겠다고”
평생 안 갈 것처럼 굴더니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싹 바뀐 모양입니다. 계기는 직장에서였습니다. 같이 일하던 마흔 가까운 직원이 홀어머니를 혼자 두고 시집을 가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던 것입니다. 혼자 남겨질 엄마 걱정에 힘들어하는 직원을 보면서, '나도 하루빨리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독립해야겠구나' 하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정작 딸아이는 스스로 독립 연습을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막상 딸을 보낼 준비를 하며 진짜 독립 연습이 필요했던 건 바로 제 자신이었습니다.
딸 독립, 30대 중반 비혼주의가 갑자기
딸아이가 갑자기 마음을 바꾼 데에는 계기가 따로 있었습니다. 딸과 함께 일하던 마흔 가까운 직원이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홀어머니를 혼자 두고 떠나는 것을 몹시 힘들어하고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그 직원의 어머니 역시 딸에게 심리적으로 깊이 의지하던 편이었는데, 그 모습을 곁에서 유심히 지켜보며 깨달은 바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자녀가 결혼해서 잘 살려면 부모로부터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벽히 독립해야 하고, 부모 역시 자식을 의연하게 독립시켜 주어야 서로의 삶이 건강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부터 미리 독립하는 연습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말을 들을 때는 그럴듯하여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막상 딸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려니 마음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돌이켜보니 정작 독립 연습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건 딸이 아니라 바로 제 자신이었습니다.
딸이랑 있으면 리필도 못 했다
딸이 독립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저 역시 제 언행과 일상 속 습관들을 가만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제 모습을 발견하고는 스스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의 저는 딸아이에게 심리적 분리불안이라도 있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일조차 딸에게 의지하고 미루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식당에 갔을 때입니다. 음식점에서 반찬을 추가하거나 물을 더 요청해야 할 때, 이상하게 저는 스스로 행동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딸의 눈치만 슬금슬금 살피고 있었습니다. '딸애가 알아서 점원을 부르겠지', '딸이 다녀오겠지' 하며 제 입으로 직접 말할 생각은 접어둔 채 딸의 표정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순간 '내가 이렇게까지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사람이었나' 싶어 새삼스러우면서도 허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다른 사람들과 식당에 갈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인이나 타인과 있을 때는 제가 먼저 나서서 반찬도 추가하고 필요한 것을 척척 요청하곤 합니다. 유독 딸과 함께 있을 때만 사소한 일조차 스스로 하지 못하고 미루게 되었던 것입니다. 딸이 늘 제 곁에 당연히 존재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깊게 의지해 왔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사실을 깨달은 뒤부터는 식당에 가든 어디를 가든, 작은 것부터 혼자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마음을 고쳐먹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겁나 편해질 것 같다, 그런데 슬프다
딸아이가 시집을 가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허전하고 섭섭할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육체적으로는 물론, 서로를 위해 마침내 제대로 된 '독립'을 할 때가 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만 해도 빨래나 집안일입니다. 지금은 둘이 같이 살다 보니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세탁기를 크게 돌려야 하지만, 딸이 나가면 2주에 한 번만 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집안일의 고단함이 줄어드는 만큼 제 개인적인 시간도 그만큼 늘어나게 됩니다.
사실 진짜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 간의 경제적·정신적 완전한 독립입니다. 요즘 시대의 부모들이 꼭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자식을 결혼시키면서 물리적으로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경제적 부분까지 완벽하게 독립시켜 주어야 부모와 자녀 모두 각자의 삶을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딸은 그동안 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주고 감정을 세심하게 읽어주는 최고의 대화 상대였습니다. 같이 일하며 출퇴근도 늘 함께했기에 처음에는 퇴근길을 각자 떠나는 것조차 어색하고 슬프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딸이 떠난 빈자리를 억지로 끌어안고 있기보다는, 서로의 완벽한 독립을 응원해 주려 합니다.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 막상 떠나보내고 나면 또 서로 새로운 일상에 잘 적응해 나갈 것입니다. 딸의 독립과 함께 저 역시 나만을 위한 새로운 취미와 일상을 찾아서 당차게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