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챙기지 못했던 시간, 오늘 처음 알아차렸어요
오늘 오랜만에 제 몸을 제대로 들여다본 하루였어요. 두 달 가까이 저를 괴롭히던 팔 통증부터, 딸이 권해서 받아본 시술, 그리고 그 안에서 문득 느낀 감정까지 기록해 봅니다.
두 달째 이어진 팔 통증, 이제는 주사도 안 듣던 나날
한 두 달 전부터였을까요. 오른쪽 팔이 시도 때도 없이 저리고 아프기 시작했어요. 별거 아닌 물건 하나 들려고 손을 뻗을 때마다 "아!"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따끔한 통증이 왔어요. 처음엔 그러려니 했죠. 나이가 들면 다 이렇게 여기저기 아픈 거려니, 일종의 직업병이려니, 애들 키우면서 몸 안 쓰는 엄마가 어딨겠나 싶어서요.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는데, 이틀도 못 가서 다시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예전엔 통증클리닉에서 주사 한 대 맞으면 한 달은 거뜬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주사를 맞아도, 약을 먹어도 통증이 잘 조절이 안 됐어요. 미세하게 계속 욱신거려도 "원래 이런 거겠지" 하면서 그냥 버텼어요. 통증이 일상이 되니까 오히려 무뎌지더라고요. 이게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도 어느 순간부터 안 들었어요. 그냥 견디는 게 익숙해진 거죠. 밤에 자다가도 팔이 저려서 깬 적이 몇 번인지 몰라요. 그런데도 다음 날 아침이면 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집안일하고, 출근해서 열심히 팔 써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넘겼어요. 또 제 직업이 팔을 엄청 많이 써야 하는 일이거든요.

딸이 권한 곳, 그리고 원장님의 한마디
얼마 전 딸이 몸속 독소를 빼주고 뭉친 어혈을 풀어준다는 곳을 알게 됐다면서, 자기가 두 번 받아보고 너무 좋았다고 저한테도 꼭 가보라고 했어요. 딸이 이렇게 챙겨주는 게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내가 딸한테 걱정을 끼치고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요. 딸이 먼저 알아채고 권해줄 때까지, 정작 저는 제 상태가 이렇게 심각한 줄도 모르고 지냈던 거죠.
오늘 드디어 시간을 내서 갔어요. 기구로 등을 쭉 문질러가며 어혈을 풀어준다고 하시는데, 아프면서도 이상하게 시원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마사지까지 한 시간 남짓 받았어요. 문득 예전에 해외여행 갔을 때 단체로 마사지숍 가서 온몸 마사지받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때도 정말 좋았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그거랑은 결이 좀 달랐어요. 원장님이 이건 그냥 시원하고 좋으라고 하는 마사지가 아니라 약간의 치료 개념이라고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오히려 더 믿음이 갔어요. 여행지에서 받는 마사지는 그 순간의 힐링이었다면, 오늘 받은 건 내 몸을 진지하게 고쳐보려는 시도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등을 만지는 손길 하나하나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제가 이렇게 몸을 맡기고 관리받아본 게 얼마 만인지 싶었어요. 평소 같으면 그 시간에 뭐라도 하나 더 했을 텐데, 그냥 누워서 몸을 맡기고 있으려니 처음엔 좀 어색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술 중에 원장님이 하신 말씀이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최근 들어 이렇게 심하게 뭉친 사람은 처음 본다고, 어떻게 이 상태로 일을 하고 다니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본인 몸은 본인이 챙겨야 한다, 아무도 대신 챙겨주지 않는다"는 말씀을 덧붙이셨어요. 별거 아닌 말일 수도 있는데, 그 순간 왠지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누가 내 몸 상태를 이렇게 걱정스럽게 짚어준 게 얼마 만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아이들 키우느라 잊고 지낸 나, 그리고 지금의 나
아직 아이들 다 키우려면 2년 반은 더 남았어요. 그동안 저는 제 몸이 보내는 신호를 계속 무시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팔이 아파도, 등이 뭉쳐도 그냥 "이 정도는 다들 참고 사는 거지" 하면서요. 아이들 밥 챙기고, 학교 보내고, 이것저것 뒤치다꺼리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가고, 정작 제 몸은 늘 순위에서 밀려나 있었어요. 남편 밥 챙기고 아이들 학원 스케줄 맞추다 보면, 제 몸이 보내는 신호는 늘 뒷전이었죠.
원장님 말씀을 듣는 순간, 제가 저 자신을 얼마나 뒷전으로 미뤄뒀는지가 확 와닿았어요. 나한테 참 미안하더라고요. 남편도, 아이들도 아닌 저 자신한테요.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제 몸한테 미안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지금은 등이 벌겋게 올라오고 심한 부위는 피멍도 들었어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저리고 따끔하던 팔 통증은 좀 줄어든 느낌인데, 대신 등 여기저기서 새로운 통증이 느껴져요. 게다가 피멍이 든 부위가 살짝 간지러운 느낌까지 들어요. 그렇다고 긁을 수도 없는 게, 살이 눌린 것처럼 아프면서도 간지러운, 뭐라 설명하기 애매하고 이상한 느낌이에요. 시원하게 풀린 것 같으면서도 몸 여기저기서 낯선 반응이 올라오니까 신경이 좀 쓰이더라고요.
이 기분이 좋은 건지, 안쓰러운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몸은 아픈데 마음 한구석은 뭔가 풀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 있어요. 오늘 처음으로 제 몸을, 제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본 하루였다는 거요. 앞으로는 아프다는 신호를 그냥 넘기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저를 챙겨보려고 해요. 그게 오늘 제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