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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나이 먹도록 대체 난 뭐 하고 산 겨”
    얼마 전 아는 분과 요리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내가 참말로 요리를 모르고 못 하는구나’ 싶어 혼자 속으로 중얼거린 말입니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 저는 그저 처음부터 된장을 풀고 물이 끓으면 호박과 감자를 던져 넣는 줄만 알고 평생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육수를 먼저 내고 채소를 넣어 채수를 뺀 다음, 맨 마지막에 된장을 풀어야 국물이 깔끔하고 깊은 맛이 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겁니다.

    곧 딸아이 결혼을 앞두고 있어 마음이 더욱 조급해집니다. 이제 곧 사위가 집에 인사도 오고 밥 먹으러 들를 텐데, ‘이 장모라는 사람이 백년손님 대접을 이상하게 한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딸아이에게 “사위 오면 밥을 어떻게 차려줘야 하니?” 하고 물었더니, 딸은 속 편하게 “엄마, 힘들게 고생하지 말고 그냥 밖에서 맛있는 거 사 먹자”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매번 밖에서만 밥을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집밥 한 끼 따뜻하게 대접하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보니 요즘 밤마다 부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야매주부 30년, 얕은 지식으로 아들 키 180cm 만들어낸 비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부엌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별로 즐겁지 않은 사람입니다. 남들은 마트에서 두부 한 모만 봐도 ‘노릇하게 구워서 양념장 얹으면 반찬 하나 뚝딱 되겠다’ 하고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는데, 저는 두부를 봐도 그저 ‘아, 두부네. 이걸로 뭘 하나’ 하고 멍해지곤 합니다.

    돌아보면 친정엄마는 요리를 참 잘하셨고 자매들도 손끝이 야무져서 무슨 재료든 뚝딱뚝딱 맛깔나게 잘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저는 막내로 자라서 그런지, 손재주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다 희석되어 버렸나 봅니다.

    하지만 야매주부로 30년 넘게 살아왔다고 해서 영 꽝이었던 건 아닙니다. 남들처럼 화려한 정통 한식 요리는 못 해도, 나름대로 손에 익은 카레나 국수 같은 건 제법 근사하게 해냅니다. 기분이 내키거나 필이 딱 올 때는 깻잎 양념무침이나 김치볶음밥, 생선조림 같은 기본 반찬도 곧잘 만들어내곤 했지요.

    아주 얕고 얇은 요리 지식을 베이스로 버텨온 세월이었지만, 그래도 정성만큼은 부족하지 않았는지 아이들 안 굶기고 건강하게 잘 키워냈습니다. 그렇게 야매 요리로 키운 우리 아들이 지금 키가 180cm나 되니, 이 정도면 야매주부 치고는 제법 훌륭하게 밥값을 해낸 것 아니겠습니까.

    따뜻한 주방에서 정성껏 된장찌개를 담아내는 중년 여성의 모습. 화려한 요리보다 가족을 향한 진심과 소박한 집밥의 온기를 담은 정감 있는 일상을 표현한 이미지.

    요리 간의 미학, “싱겁다 싶어 더 넣으면 순식간에 짜집니다”

    제가 제 요리를 가만히 반성하고 연구해 보니, 결국 가장 큰 문제는 ‘간’을 잘 못 맞춘다는 데 있었습니다.

    반찬을 만들 때 간을 보면서 ‘조금 싱겁나?’ 싶어 소금이나 간장을 아주 한 꼬집 더 넣으면, 희한하게도 중간이 없이 순식간에 막 짜버립니다. 적당히 짭조름하고 고소한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저에게는 참 어렵습니다. 매번 그렇게 간 맞추기에 실패하다 보니 음식을 망치기 일쑤였습니다.

    원래 음식을 해놓고 식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어머, 진짜 맛있다!” 하고 칭찬해 주면 신이 나서 이것저것 또 만들어보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하지만 매번 간이 안 맞아 맛이 없으니 부엌에 서는 것 자체가 두렵고 싫어지고, 자꾸 안 만들다 보니 실력은 더 안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칭찬을 듣는 '선순환'이 물레방아 돌듯 잘 돌아가야 하는데, 그 첫 단추가 안 끼워지니 나이가 들어도 요리가 늘지 않고 자꾸 피하게만 되었던 거지요.

    “언니, 짜!” 한마디에 터지는 웃음, 그거면 됐다 싶습니다

    재밌는 건 요리라는 게 자꾸 해봐야 감을 유지하지, 아무리 손맛이 좋던 사람도 안 하면 그 실력이 퇴화한다는 점입니다.

    가까이 사는 저희 언니가 원래 손맛이 좋아서 반찬을 참 맛깔나게 잘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언니도 귀찮은지 반찬을 잘 안 만들고 대충 해서 주는데, 음식 맛이 예전만 못하더라고요. 하루는 언니가 반찬을 가져왔는데 간이 전혀 안 맞길래 제가 한마디 하려 했더니, 언니가 먼저 “이번엔 간이 딱 잘 맞지?” 하며 우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망설이지 않고 딱 한마디 던졌습니다. “언니, 짜.”

    그러면 언니는 “아닌데? 내 입엔 딱 맞는데?” 하고 억지를 부리고, 결국 둘이서 서로를 바라보며 어이없어하며 깔깔대고 웃고 맙니다.

    어른들 말씀에 나이가 들면 입맛이 바뀌거나 혀의 미뢰가 무뎌져서 음식이 점점 짜진다고들 하던데, 다 늙어서 언니랑 나란히 서서 “짜다, 안 짜다”로 희한한 기싸움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도 요즘처럼 더워서 밥 하기도 싫고, 찌개 하나 제대로 못 끓여서 속상하다가도, 언니 반찬에 “짜!” 한마디 던지며 함께 웃어넘길 수 있는 일상이 있으니 ‘이만하면 됐다’ 싶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사위 첫 방문 때도 너무 부담 갖지 않으려 합니다. 사위 오면 밖에서 진짜 맛있는 음식 사주고, 집에서는 깨끗하게 정성껏 깎은 과일과 따뜻한 차 한 잔 정성껏 차려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듯,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다 보면 어떻게든 또 다 정답게 살아지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