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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저 사람 개새끼 낳은 건가' 했는데 지금 내가 엄마가 뭐 해줄게 하고 있습니다. 11년 전 까망이를 데려온 후의 제 모습이 딱 그랬습니다.
반려동물 케어 11년, 내가 다 했다
딸아이가 11년 전에 까망이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올 때는 자기가 전부 케어할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11년 동안 그 수발을 전부 제가 다 들고 있습니다. 매일 밥을 챙겨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필요한 용품들을 사 오는 것까지 전부 다 제 몫이었습니다. 정작 데리고 온 자식 녀석은 경제 활동을 안 하니까 최고급으로 사주고 싶어도 사줄 수가 없어서, 결국 제 돈을 들여서 다 사주게 되더라고요. 아들이 데리고 온 하얀 고양이 두 마리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녀석들도 자기들이 알아서 다 케어하겠다고 호기롭게 데리고 오더니, 슬그머니 저한테 다 토스해 버렸습니다. 자식들 챙기느라 오랜 시간을 투자했더니 이제는 털아이들까지 케어하라고 나한테 다 던져놓은 셈입니다. 전생에 제가 이 자식들에게 무슨 빚을 그렇게 많이 지었나 싶기도 합니다.
시간 자체가 아주 많이 드는 편은 아니지만, 이 까망이 녀석을 산책시켜 주는 일은 매일같이 큰일입니다. 고양이들은 산책을 안 시켜줘도 되니까 참 편한데, 까망이 이 녀석은 하루라도 산책을 안 나가면 아주 온갖 떼를 다 씁니다. 이불에 오줌을 누어 놓거나 거실 한복판에 배변을 해놓곤 합니다. 처음 데리고 왔을 때는 1주일에 이불 빨래만 많게는 4번까지 해본 적도 있습니다. 정말 강아지 배변 훈련시키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더라고요. 실수 없이 제자리에 딱딱 배변을 할 때까지 거의 6개월 정도 걸렸는데, 그동안 이불 빨래를 돌리느라 물세랑 전기세가 엄청나게 많이 나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고양이들은 배변을 알아서 참 잘한다는 점입니다. 유전적으로 정말 잘 교육되어 있다는 느낌이라 고양이 배변 문제로는 속을 썩은 적이 없습니다.
내 밥보다 비싼 밥, 가방보다 비싼 가방
요즘 가만히 보면 아이들에게 먹이는 밥도 제가 먹는 밥보다 더 비싼 걸 먹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털아이들 이동 가방도 제 가방보다 고가이고, 손바닥만 한 강아지 옷도 제가 입는 옷보다 훨씬 비쌉니다. 참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고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인터넷이나 매장에서 더 좋은 것, 더 비싼 것만 찾고 있더라고요. 예전에 제 진짜 아이들을 키울 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찾아서 사주던 딱 그 마음이 다시 들어서 그렇습니다. 이게 흔히 말하는 가스라이팅인가 싶기도 하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털아이들에게 완전히 젖어들고 스며들어 버렸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스며들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데리고 오고 나서 몇 개월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길을 가다가 강아지를 키우는 분들이 강아지를 안고 "엄마가 뭐 해줄게~" 하고 말하는 걸 보면, '무슨 강아지 보고 엄마라고 저러나? 저 사람은 개새끼를 낳았나?' 하고 속된 말로 이렇게까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느 순간 까망이를 붙잡고 "엄마가 맛있는 거 줄게, 엄마가 뭐 해줄게" 하면서 똑같이 그러고 있더라고요. 만약 다른 사람이 지금의 제 모습을 본다면 예전에 제가 했던 생각이랑 똑같은 생각을 하겠지 싶어서 참 웃기기도 하고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까망이, 젖먹이 안던 그 느낌
만약에 내년에 딸아이가 결혼해서 나가고, 아들이 타 지역 유학을 끝낸 뒤 해외로 취업해서 나중에 이 털아이들을 데리고 간다고 하면, 이제는 제가 못 보내줄 것 같습니다. 가만히 품에 안고 있으면 이 털아이들이 정말 너무너무 예쁘거든요. 까망이를 가만히 안고 있으면 예전에 제 진짜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품에 안고 있을 때 느꼈던 그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사랑스러운 느낌입니다. 저도 모르게 까망이를 안고 사람에게 하듯이 계속 말을 건네곤 합니다. 심지어 밤에 잘 때도 까망이가 거실에 있으면 안 자고 방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면 "예쁘다 우리 애기, 어쩜 이렇게 눈도 예쁘고 혀도 예쁘네" 같은 간지러운 말들입니다. 까망이가 눈알을 살짝 돌리면 하얀 부분이 나오는데 그게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마치 사람처럼 눈치를 보나 싶을 정도라 정말 사람 같습니다. 이렇게 까망이와 스킨십을 많이 하게 되다 보니 정이 훨씬 더 많이 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얀 고양이들은 털이 너무 많이 빠져서 감당이 안 되다 보니 자주 안아주지는 못하는데, 그렇다고 거리가 생긴 건 아니고 단지 털 감당이 안 되어서 안아주지 못할 뿐이지 똑같이 너무나 예쁩니다.
털아이들 있어 빈둥지 훨씬 나을 것 같다
딸아이는 내년에 결혼해서 나갈 예정이고 아들은 유학을 마치면 해외 취업을 할 거라는데, 덜컥 나 혼자 집에 남아서 빈 둥지 증후군이 오고 우울증을 겪는 엄마가 되는 건 아닌가 불현듯 걱정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자식들이 다 떠나고 나면 그 허전함을 어떻게 견디나 싶었는데, 이 털아이들이 있어주어서 빈둥지가 되어도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순도순 "엄마가 다 해줄게" 하면서 살면 외롭거나 우울할 틈이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식들이 나중에 독립해서 나간다고 해도 이 아이들을 절대로 못 보내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다 떠나고 나면 제가 이 털아이들을 다 끼고 살면서 밥 챙겨주고 산책시키며 지낼 생각입니다.